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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감성의 캠페인

김완신 편집 부국장

한국의 대선 열기가 뜨겁다. 특히 올해에는 유례없이 많은 후보가 난립해 치열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보면 유세 방식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예전 선거 처럼 권위적인 모습으로 연단에 서서 목청을 돋우는 후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른바 감성에 호소하는 캠페인이 이번 선거의 대세가 됐다. 신문에 게재된 선거 유세 사진을 봐도 주먹을 불끈 쥐고 웅변하듯 외치는 후보들은 없다.

대신 같은 눈높이에서 서민들을 만나 끌어 안고 지하철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허름한 시장판에 앉아 식사를 하는 후보들의 모습이 주종을 이룬다.



후보들은 국민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같이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너도 나도 서민의 편에 서있는 후보임을 강조한다. 이전의 엄숙한 캠페인은 완전히 사라졌다.

임상.정치 심리학자인 드루 웨스턴은 저서 '감성의 정치학'에서 '유권자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호소해야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웨스턴은 책에서 지난 100년 동안의 선거와 정치 이슈들을 소개하면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이성과 감성이 싸우면 항상 감성이 승리하고 선거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예로 지난 2000년 공화당 부시와 민주당 고어와의 대결에서 부시가 승리할 수 있는 요인 중의 하나로 부시의 '친밀감'을 들었다.

고어처럼 정확한 통계와 숫자를 열거하는 빈틈없고 기계적인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이 있어 보이는 부시의 모습에 유권자들은 더 끌리게 된다. 감성적으로 다가오는 후보들에게 유권자들은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

감성 캠페인의 표본을 보여준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다. 감성적인 호소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후 서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을 내세워 백악관에 입성했다.

한국의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유권자들의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놀이판을 방불케 하는 유세장에서 로고송을 부르고 연인들끼리 주고 받을 법한 '사랑해요' '안아 주세요'라는 말이 캠페인의 슬로건이 됐다.

그런데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각 후보들의 감성 캠페인엔 공감이 없다. 후보들은 서민 속으로 다가가 유권자의 가슴을 두드리지만 진실성을 느낄 수가 없다. 몸만 서민들과 함께 할 뿐 입은 타후보 비방에 열을 올리고 더우기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정책제시는 거의 전무한 채 동정표 얻기에 급급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서민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캠페인에 공감하기 보다는 전에 보지 못했던 어색한 옷차림과 청와대에 들어가면 다시는 방문할 것 같지 않은 시장통에서 보는 후보가 생소할 뿐이다.

외양과 갖춘다고 해서 감성 캠페인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 비전을 유권자들이 감성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 때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정책 제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감성의 공명이 있지만 타 후보들을 비난하는 소리는 크게 외쳐도 유권자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개인의 권력이나 명예보다는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넥타이를 던져 버리고 거리로 시장으로 군중속으로 나선다고 해서 유권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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