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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칼럼]오순도순 ‘문인방’

이기준/논설주간

“오솔 길 따라서 길을 가며는/ 바람과 푸른 잎 내 친구 되네/ 사랑과 갈잎 내 친구 되네∼.”
엊그제 시카고 문인회(회장 명계웅)가 개최한 ‘문학의 밤’에서 회원중 한 분이 작품 발표 전 읊은 노래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겼지만 마음은 어느 새 틴 에이저 문학 소녀가 아니랴. 문학은 이처럼 순수무구(純粹無垢)의 세계로 열어주고 있다.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은 문학세계에서 만큼은 문학 모독설일 성 싶다.

“황금빛 숨결 일렁이는 가을 들녘/∼갈잎 자락에 시어들을 엮어/ 바람결에 띄우고 싶어라/무르익은 오곡처럼∼(영그는 가을)”
깊어가는 이 가을의 고즈녁한 절기를 토해놓는 듯 하다.
그의 싯귀처럼 ‘가을 마당의 알곡들’이 절귀 절귀 맺혀 있다.
어느 새 우리 곁을 훌쩍 떠나려고 하는 그 풍만했던 가을을 내내 잡아두고 싶은 마음 또한 아닐까.
“∼잿빛 하늘에/ 추공들 합창은 멈추고/ 붉었던 사랑의 그림자 뒤로/∼빈 가슴 허물을 벗듯/ 가을 빗속을 맴돈다(가을 빗소리)”
애틋함이 절로 배어나오는 듯 하다.
가슴 절절이 맺혀 있는 아쉬움과 회한, 두근거리던 설렘조차 한 줌 남은 이 가을, 애타는 빗소리에 젖어가는 것은 아닐까.
“옛날 소꿉 친구들/ 여고 시절 그 친구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만 홀로…(보고 싶은 친구들)”
싯귀마다 진한 향수(鄕愁)가 그윽하다.
‘회귀(回歸)’의 간절함이 묻어나오는 듯 하다.
두고 온 고향을 그리는 마음은 남녀노소가 다를 리 없다.

귀중한 작품들에 대해 주제넘은 감상을 적어봤다.
굳이 변명이라면 시카고 문인회를 참관할 때마다 느끼는 그 ‘오순도순한 분위기’에 취해서다.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 할 만큼 ‘문학의 계절’이 아닌가 싶다.
회원들은 ‘오순도순한’ 작품들을 오순도순한 ‘문인방’ 에 가득 쏟아놓았다.
‘가을 여행’ ‘수박’ ‘얼마나 멀리 갔기에’ ‘거기 그 소나무’ ‘Young Lions’ ‘빈틈있는 즐거움’ ‘거시기’ 등이다.

한 줄, 한 줄에 나름대로의 정성이 가득하다.
설령 아직은 덜 다듬어져 있다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도탑고 살가운 귀절들이다.
그러니 더 ‘순수무구’한 것이다.
‘격(格)’을 따짐은 세속적이요, 구태의연이 아니고 무어랴. 이 작품들이 갈고 닦이는 가운데 ‘흙 속의 진주’가 될 날이 머지 않을 성 싶다.

이 날 초빙된 소설가 송상옥씨야말로 ‘시카고 문인회’에 큰 자부심과 함께 한층 용기를 주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1983년 창립된 시카고 문인회는 1989년 만들어진 뉴욕보다 역사가 깊다.
그만큼 유서깊은 문인회다.
좋은 작품을 위해 서로 자극을 주고 의욕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주 한인문학의 앞날과 우리의 미래’라는 주제 강연에서다.

그는 “매년 중앙일보ㆍ한국일보를 비롯한 문예작품 응모 수도 시카고가 LA를 중심으로 한 서부와 워싱턴 등 동부와 함께 3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입상자 수에서도 시카고 문인들의 괄목할만한 실적도 좋은 예다.

우리 고국에서도 미주 문학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진 것도 그만큼 미주 문학 수준이 높아진 증거라고 한다.
각 대학 국문학과ㆍ문예창작과 교수들이 미주 문학 연구를 위해 부지런히 내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0여 곳의 대학에서 똑같은 자료요청도 있었다니 그만큼 위상제고는 분명한 일이다.
‘시카고 문인회’에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정진할 일이다.

“작품을 쓸 때는 자신의 모든 것, 혼을 불어넣는다는 마음으로 써야 한다.
그만큼 중노동이다”고 하는 그의 충언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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