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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치매와 언어 장애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그 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조금 오래 되긴 했어도 1997년 11월 14일자 '디어 애비'난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올려 있었다.

"디어 애비:

미국 알츠하이머 협회를 비롯한 여러 의학자료에 의하면 나이가 85세에 달할 때 50% 정도에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외국 출신 남녀에서도 이 빈도는 비슷할 것 같은데 이로 인해 그들과 결혼한 미국 태생 배우자들은 의사소통에 더 큰 어려움을 당하게 됩니다. 이 병이 진행되면서 현재의 기억에서 시작해서 차차 예전 기억까지 상실해 갑니다. 언어도 마찬가지여서 환자들은 처음엔 이민온 후 배운 영어를 잃어버리고 나중엔 젊은 시절의 언어까지 상실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들을 간호하는 사람들은 영어말고도 환자가 어려서 사용했던 언어를 배워야 소통이 가능해 집니다.

프랑스 출신인 내 아내가 치매에 걸렸는데 지금 그녀가 뭘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6개월 사이에 그녀는 영어만 사용하던 상태에서 지금은 75%를 프랑스 말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입니다.



지난 50년 간 그녀는 프랑스 말은 거의 다 잊어버렸다고 불평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아주 유창하기만 합니다.

나는 원래 프랑스어에 재주가 없었던 데다가 배울 시간이 없었고 배울 필요도 없었으며 배워봤자 써먹을 데가 없다고 합리화만 해 왔던 지난 날의 그 기나긴 시간을 후회합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당장 외국어를 배우세요." -워싱턴주 에버렛에서 리처드.

"리처드씨 현재 미국사회가 더욱 다양해지고 영어 구사가 힘든 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에 환자를 치료하는 기관에서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큰 이슈로 되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협회에 전화를 하시면 대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간호사를 소개해 줄 것입니다."

미국내 한인 사회에서는 1세나 또 그들이 모시고 온 부모들은 대체로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해도 가족과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외국 출신 배우자와 결혼한 1.5세나 2세에서는 훗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흔히 언어 장애는 치매를 알리는 초기 증상이다. 언어 구사 이름이나 단어 이해하기 등에 장애가 나타난다. 나이가 먹어갈수록 고령화 증상으로 적절한 언어 구사력이 감소한다.

1999년 8월호 신경정신과 잡지(Journal of Neuropsychiatry)를 보면 UCLA에서 라틴계들이 오래 전부터 정착한 남가주를 중심으로 치매가 이중언어 사용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51명의 조사 대상자들은 모두 13세 이후에 영어를 배워 사용해왔다. 환자들의 교육 정도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나이 영어 사용 빈도 영어 구사력의 우열에 관계없이 치매 환자들은 점차 스패니시 사용을 선호했으며 영어 사용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또 뇌졸중에 걸려 언어 능력이 상실되었던 환자에서도 회복기에는 제일 먼저 배웠고 가까운 주위 사람들과 대화에서 자주 사용되던 스패니시만이 우선 회복되었다.

이중언어를 정상으로 구사하는 사람에서도 뇌 손상을 당해 언어 기능이 일시 정지될 때 처음으로 회복되는 말은 어려서 처음 배운 언어이며 나중에 배운 말은 나중에야 회복된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 품안에서 처음으로 배운 언어를 '모국어(母國語)'라 부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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