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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이사장 법륜스님, 미국 전문가와 한반도 평화문제 논의

평화체제 코앞, 통일 디딤돌 적기···북한에 더 이상 식량지원 미루면 안돼

LA를 방문중인 법륜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이 남가주 한인들에게 굶어죽을 위기에 처한 북한 동포를 살리기 위해 인도적 지원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법륜스님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을 지원하는데 앞장서온 평화·인권 운동가다. 말로만 떠돌던 북한 식량난을 조사해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처음 호소한 것도 법륜스님이다. 10여년에 걸친 대북지원 활동으로 이제 그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북한문제, 한반도 통일관련 전문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미국 방문에선 연방 의회와 국무부의 대북 관계자들과 비공개 모임을 가졌고 미국의 대외정책 관련 주요 연구소인 미국평화연구소((USIP)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존스 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 등에서 북한상황 분석과 한반도 통일에 관한 강연을 했다.

그의 방미에는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등 각 분야의 통일문제 전문가 6명이 함께 했다.

우선 스님에게 이번 방미의 목적과 성과를 물었다.

"지금부터 향후 몇년은 한반도가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시 정부가 임기내에 북핵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해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화체제가 분단고착화가 아니라 통일로 향하는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과정에서 미국의 이익 뿐 아니라 한민족의 이해와 바람도 반영되어야 합니다. 미국 북한 한국 등 관계국들의 요구가 서로 조금씩 다른데 관계자들을 만나 어떻게 하면 모두가 공동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지 얘기를 하고 또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시 정부는 지난 8월말 북한 수해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재개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상당량의 식량지원 패키지를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진행과정을 물었다.

"식량지원을 할 용의는 있으나 아직까지 미 국내법상 모니터링 문제가 걸려 지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에 제대로 분배가 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사실 그동안 지원한 것이 제대로 가느냐는 논쟁거리였고 지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곤 했습니다. 물론 북한이 미국법이 규정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그게 수용이 안되니까…. 그렇다고 사람이 죽어가는데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일단 지원을 시작하면서 투명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강력히 요구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스님은 덧붙였다. 외려 대량으로 지원하면 도움이 시급한 그들로서는 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이 즈음에서 갑자기 한나라당의 정형근 의원이 생각났다. 강성보수의 상징이자 햇볕정책 '저격수'였던 정 의원은 지난 2년간 한나라당의 '신포용정책' 전도사로 변신했고 얼마전 올해 정부 예산 기준 1% 정도에 달하는 1조 5000억원 상당을 대북 인도적 지원에 사용하자는 법안을 제안했다.

그의 측근들은 "정 의원이 법륜 스님 등 대북 지원 활동가들과 빈번하게 접촉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전한다.

정말 그랬을까. 스님은 손사래를 쳤다. "북한 주민들의 비참한 실상을 직접 눈으로 보면 아무리 보수적인 사람이라도 마음이 달라질 겁니다. 핵문제는 1년후 안되면 2년후에라도 해결할 수 있지만 사람이 먹을 게 없어서 죽어가는 문제는 6개월 후 1년후로 미룰 수 있는 게 아니잖습니까."

스님이 전해주는 지금의 북한 실상은 이랬다. 아사자가 생기지 않으려면 최소한 430만t의 식량이 있어야하는데 현재 북한에 비축된 식량은 280만t에 불과하다. 나머지 150만t이 외부에서 지원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

8월 대홍수가 나기 전 이미 함흥지역에서는 300명 이상이 죽었으며 사람들은 풀뿌리로 풀죽을 쑤어 연명하거나 아이들은 '꽃제비(부랑아)'가 돼 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한다.

스님은 지난 7월 35일간의 단식을 통해 북한에 대한 긴급지원을 호소했고 스님이 지도법사로 있는 불교수행공동체 정토회는 한달간 거리모금을 통해 11억원이 넘는 돈을 모아 북한에 옥수수를 보내고 있다.

스님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정일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2000만 북한 동포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사실 일반인들이 스님에게 듣고 싶은 얘기는 북한돕기 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괴로움이나 번뇌를 어떻게 하면 떨쳐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님은 25일 오후 7시 LA한국교육원에서 '우리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몇가지 질문들'이라는 제목으로 LA 한인들을 만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떠안고 사는 어떤 고민이든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시간이다.

"와서 듣는데 돈도 안드니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시고 오셔서 물어보세요. 생각도 못한 해답을 얻거나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법륜스님은 지난 2000년 만해상 포교상 2002년 막사이사이상 등을 받았으며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불교계 대표였던 용성 스님의 생가터에 세워진 죽림정사의 주지를 맡고 있다.

그리고 1년에 두차례 LA를 찾아와 한인들을 만난다. 평화.인권.환경 등 너무 바쁜 활동으로 사실 한국에서는 스님을 직접 만나 개인적인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LA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복례 기자 bora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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