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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의 조선업 도전-13] '삼성도 내가 권해서 조선소 했지'

현대서 회장 되면 이병철회장에 신고···이명박 사장은 인사차 갔다가 특강도

정주영 회장은 삼성이 조선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연방 흡족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후일담이지만 정 회장은 이병철 삼성 회장에게 두 가지를 약속했다고 한다. 하나는 기술자를 원하면 보내주겠다 그리고 현대 계열사의 신임 회장들은 삼성에 인사를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치열한 경쟁 세계에서 더구나 사고무인(四顧無人.화려해도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의 재계에선 신선한 얘기였다.

1970년대 후반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경남 거제도 죽도에 건설 중인 우진조선을 인수해 '삼성조선 으로 이름을 바꾸고 중화학 진출을 본격화했다. 여기에는 정주영 회장의 조선산업 진출 권유가 크게 작용했다.

1970년대 후반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경남 거제도 죽도에 건설 중인 우진조선을 인수해 '삼성조선 으로 이름을 바꾸고 중화학 진출을 본격화했다. 여기에는 정주영 회장의 조선산업 진출 권유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현대 계열사 회장 대부분이 삼성에 인사를 갔고 정세영 회장이 그룹 회장이 됐을 때는 제일 먼저 이 회장에게 인사를 가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건설에서 사장이 됐을 때 인사 갔다가 특강을 하라고 했던 일화도 소개한 적이 있었다.

삼성에 "맘껏 인력 뽑아가라"

삼성에 조선소 사업을 권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로 들립니다.

"그게 모두 현대조선소가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다음이에요. 그것도 남한테 권해서만 되는 게 아니고 내가 직접 보여줘야 되거든? 그게 뭐든지 사업을 권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이고 예의예요. 우리 둘째가 인천조선소(한라중공업의 전신으로 1977년 1월 설립)를 만든 것도 내가 해보니까 자신감이 생겨 시작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한국 조선업이 인제 와서 겨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건데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적자에 허덕이든 수지를 맞추든 그건 두 번째야. 중요한 건 어떤 업종이든 자꾸 부흥을 시켜야 한다는 거지요. 우리 현대조선소에서 육성된 사람 상당수가 대우조선에 흘러가고 삼성중공업에도 갔어요. "

그러면 삼성이 조선 사업에 뛰어든 이후 회장님이 직접 현장을 가보신 적이 있습니까?

"내가 현장엘 가면 이 회장이 속병이 생길 것 같아 안 갔어 하하항. 나는 내가 생각하는 거 하고 다르면 막 혼을 내고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라고 현장 책임자를 막 조질 테니까. 그러면 이 회장이 옆에서 보다 속에서 불이 날 거 아니야 그래서 안 갔어. 하하항. 여러 번 자문에는 응해줬지요."

그런데 이병철 회장님은 뭐든지 일등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 아닙니까.

"맞아! 그런데 속마음을 풀어내는 방법이 가만 누구하고 비교를 하면 될까? 아 타계했지만 동아건설 최준문 회장하고 견줘보면 아주 달라요. 하하항. 무슨 얘기냐 하면 최 회장은 경쟁입찰을 해서 낙찰을 못 받으면 갑자기 아이구 아이구 하면서 혈압이 올라 금방 쓰러진다고 엄살을 막 부리거든? 그러면 입찰했던 우리가 '알았어 알았어 당신 줄게' 그러면 '정말이지?' 이러면서 금방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야 하하항. 그런 정도로 속상하면 재미있게 드러내놓고 떼를 쓰는데 이 회장은 전혀 그런 게 없는 양반이었어요. "

재계 회장단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농담이 별로 없는 모양이지요?

"농담은 가끔 하지만 다른 사람하고 비교해 스타일이 다르다 그거지. 일이 안 풀려도 표정이 별로 없는 양반인데 한번은 상의할 게 있대서 만나니까 그때가 조선소 시작하고서 2~3년쯤 됐을 거야. 77년 초쯤이니까. 만나자 하고선 자꾸 딴소리를 해. 세계에서 제일 큰 도크를 지어야겠다 도크 회전율이 어쩐다 하면서 말이야. 겨우 시작해놓고 아직 건조도 한 척 안 했는데 말이지 하하항. 그래서 뭐가 문젠데 그러냐 했더니 우리 현대조선소를 가보고 자기네 거제조선소를 보니까 우선 규모가 작아서 되겠느냐고 거제도를 몽땅 조선소로 만들고 싶은데 그런 얘기를 자신은 못하겠고 나보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바람 좀 넣어달라는 거예요 하하항. 그런 양반이야. "

양에 차지 않는다는 걸 직접 표현하거나 잘 나서지를 않는 분이군요.

"욕심이 있어도 최 회장처럼 넉살을 피울 줄 몰라 하하항. 그러니까 일등은 해야겠는데 우선 규모에서 밀리니까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거지. 그래 가지고 내가 막 웃으면서 조선소 경쟁력은 땅바닥 경쟁력이 아니니까 수주부터 왕창 하라고 말이야 그러면 내가 바람을 안 넣어도 대통령이 거제도보다 더 큰 땅도 구입할 수 있게 지원하실 거라고 말이지 내가 이 회장 속을 알고 있거든? 그랬더니 그때서야 영업 잘하는 친구 2년만 빌려 달래 하하항. 참 의욕적으로 했어. 그렇게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이만큼 온 거예요. 우리도 아낌없이 도와주겠다 했지만."

조선 산업에 대한 그의 애정은 각별했다. 현대조선소가 첫 삽을 뜬 지 13년 만에 세계적인 조선사들을 물리치고 정상을 차지했지만 정 회장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오늘날 삼성중공업.대우조선.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이 1위에서 5위까지 차지할 수 있도록 씨앗을 나누고 최대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조선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잊지 못할 사고가 있었습니까?

"큰 공사를 하면서 사고야 없을 수 없지만 그것도 70년대니까 일어난 거지 지금 같으면 그런 사고는 있을 수 없지요. 도크를 만들 때 참 충격이 컸던 사고가 있었지만 결국 해결했고 그 과정에서 지금 후랜지(한국프랜지) 하고 있는 김영주 회장이 고생을 많이 했지."

김영주 회장이라면 회장님 매제가 되지 않습니까?

"밖에서는 자꾸 집안 관계를 가지고 다들 얘기를 하는데 기업이 크면 그런 건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그래서 내가 공석이든 사석이든 직책을 부르라고 불호령을 내려둔 거예요. 기업을 핏줄이 성장시키나? 김영주 회장은 내가 아도써비스(자동차 수리공장) 할 때 단골손님이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기계에 관해서는 고치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신통력을 보였거든? 직원들도 아주 희한하다구 그래요. 고장 나 멈춰있던 장비도 '영이'(김영주 회장을 가끔 그렇게 불렀다)가 다가가기만 하면 움직이더라는 거야 하하항. 그렇다고 영주 회장이 학문에 기초한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 학문이라는 건 항상 현장 기술보다 뒤떨어지는 건 틀림없지만 좌우간 원리나 구조를 귀신같이 짚어내는 신통력이 있어요. 경험도 많고. 그래서 도크 공사 때 사고도 영주 회장이 해결을 본 셈인데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한번 들어봐요. 재미있는 내용을 나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거야. "

정 회장님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을 때 회장님(김영주)이 수습을 많이 하고 해결도 봤다고 하시던데요.

"그게 한두 번이라야지 하하. 내가 맨 첨에 내려온 동기가 도크 때문에 왔어요. 고속도로를 끝내고 문산 쪽에 1차 공사를 마쳤는데 회장님이 불러요. '니가 내려가야겠다.' 회장님은 딱 그 말씀밖에 안 하는 분입니다. 그러면 나도 이유 같은 거 일절 묻지 않고 무조건 '알겠습니다' 이 한마디뿐이에요. 근데 그날은 '일본 가지마건설이 전 세계 도크 건설을 한 70% 정도 하는 회사인데 거기서는 하루 물량을 3000㎥ 처리했다고 하더라. 우리는 체면상 2000㎥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러시는 겁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쓰는 장비를 다 주신다면 저도 3000㎥ 하겠습니다'라고 했어요. 그때 재정이나 모든 면에서 가지마에 있는 그런 장비를 수입해 올 형편이 됩니까? 고속도로에서 쓰던 헌 장비를 끌어내서 전부 수선해 그걸로 도크를 팠어요. 그런데 가지마 겐조시 회장과 우리 회장님이 친하게 지내시니까 시공 조언을 해준다고 부장급 두 사람이 왔는데 한 달 반 만에 갔습니다. 왜 갔느냐 저들은 그 좋은 장비 가지고 24시간 작업해서 3000㎥ 했는데 나는 4500㎥를 했어요. 그 구식 장비 가지고. 그러니 자문을 할 게 뭐 있어요? 누구든지 이런 얘기하면 거짓말이라고 하겠지만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면 피로가 몰려오질 못해요. 하루 2 3시간씩밖에 못 자고 한 거예요. "

석달 걸릴 일 16일 만에 해치워

그러면 사고는 도크가 완공된 다음에 일어난 겁니까?

"건설을 다 해서 배를 집어넣고 한참 건조하고 있을 땐데 도크에 물이 올라와 난리가 났어요. 갑자기 작업하던 사람이 둥둥 뜨고 어떤 친구는 두꺼운 옷을 입고 용접 장비까지 들었으니 물속에 처박혀 나오지도 못하고 죽느니 사느니 하하하. 회장님은 열이 나서 막 고함치시고 하하하. 그래서 딱 사고 난 그 시점에 지프 한 대 갖다놓고 거기서 자고 밥먹어 가면서 16일 만에 끝냈어요. 일본 사람들이 빨라야 석 달 걸린다는 걸 16일 만에 끝냈는데 지금까지 안전하니까요."

<계속>

이호 <객원기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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