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한 교회서 첫 선교사 떠나요' 늘푸른 선교교회 김경환 담임목사
복음 전하러 중국 서부 오지로, 23년전 선교사 헌신 약속 지켜
늘푸른 선교교회 김경환 담임목사는 지난 7일 선교지로 떠나기 위한 첫걸음인 파송식을 가졌다. 그런데 다른 선교사의 파송식도 아닌 자신이 개척한 교회에서 자신이 선교사로 파송식을 받은 것이다. '늘푸른 선교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교회의 첫번째 선교사 파송을 담임 목사가 직접 끊었다.
김 목사는 지난해 8월 교회에 사표를 냈다.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선교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다.
"신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던 때였을 겁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강사였던 1만8000여명이 참석한 어바나 선교대회였죠. 그때 참석자중 1만2000명이 선교사로 헌신을 약속했습니다. 저도 그 때 손을 번쩍 들었던 사람 중 하나죠."
23년이 넘게 목회생활을 하면서도 어바나 선교대회에서 다짐했던 약속은 항상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몇차례 선교를 떠나려고도 했지만 막상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자신의 개척한 교회의 첫번째 파송 선교사로 나선 것이다.
김 목사는 아직 후임자도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교회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너무도 든든한 교인들과 교역자들이 교회를 잘 꾸려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개척한지 1년만에 안식년을 가졌어요. 아내가 지병으로 쓰러졌기 때문이었죠. 제가 부재중이던 1년간 교인들이 교회를 건축했어요. 담임목회자가 없는데도 말이에요. 서로 헌신을 통해 힘을 합친거죠. 너무 든든합니다."
그는 후임 목회자 선정도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를 위한 후임자가 아닙니다. 교인들과 함께 해야할 목회자니 교인들이 선택해야죠. 다만 저는 좋은 후임자를 위해 기도할 따름입니다."
김 목사가 파송식을 받던 날 또 한명의 파송 선교사가 있었다. 그의 제자인 지혜련(32) 선교사다. 23년전 초등학교 5학년인 지 선교사와 초등부 교역자이던 김 목사는 학생과 교사의 신분으로 처음 만났다. 김 목사는 어린 지 선교사에게 선교의 꿈을 처음 심어줬고 이제 어엿한 선교사가 되어 같은 날 동시에 파송을 받았다.
지씨는 모빌라이저 선교사다. 선교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와 계속적인 접촉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선교지로 떠나는 선교팀들을 이끌어주는 텐트 메이커다. 이 둘은 선교지도 역할도 다르지만 이날 '선교'라는 한 배를 탄 동료가 됐다.
사실 제자인 지 선교사와의 파송은 김 목사가 꿈꿔온 또 하나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사도행전 13장에 나오는 안디옥 교회의 모습이다. 지도자인 사도 바울과 바나바가 함께 선교를 떠나는 모습이다.
"그 교회의 모습을 흠모했습니다. 교회의 지도자가 또 다른 선교를 향해 떠나는 모습. 최소한 흉내라고 내고 싶었습니다."
김 목사는 47세 목회자로서는 창창한 나이에 은퇴한다. 목회자로서는 조기 명예퇴직인 셈이다.
"은퇴요? '리타이어(retire)'라는 말은 타이어를 갈아끼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미죠. 제 2의 인생을 위해서요. 우리의 인생의 마지막 그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죠. 나이는 상관이 없습니다."
힘겹고 긴 여행이 될 선교인데도 김 목사는 오랜 꿈을 이룬 탓인지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오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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