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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김씨 조난, 끝없는 계곡·폭포 넘자 거대한 절벽

'여보 걱정마'…아이 뽀뽀하고 떠나, 혹한 속 신발·옷가지 물에 흠뻑 젖어

'운명의 4박5일'

실종된 후 1주일간 차안에 갇혀있던 제임스 김씨는 2일 아침 7시45분 아내와 두딸을 차에 남겨논 채 생사를 건 길을 나섰다. "여보 걱정하지마. 꼭 구조대를 찾아 오후 1시까지는 돌아올게."

숲속의 차가운 아침바람이 매섭게 살을 파고 들었다. 김씨는 몇겹의 웃도리를 걸쳐입고 청바지 위에 회색바지를 덧입었다. 신발은 테니스화. 구조요청을 위해 SOS를 쓴 노트와 지도 밝은 파란색의 큰 딸 스커트를 챙겼다.

아내와 두 딸에게 키스를 한 김씨는 내리막 길을 따라 5마일 가량을 걸었다. 대낮이었지만 높은 침엽수림으로 인해 사방은 어두웠다. '돌아가야 하나… 아니야 지금 돌아가봐야 차안에 먹을 것도 없고 그대로 있다가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죽을 수 밖에 없어'. 지친 발을 내딛었다. 땀이 뚝뚝 떨어졌다. 옷도 두껍게 입었고 벌써 수마일의 거친 길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힘들어 풀썩 주저앉아 잠시 쉴 때는 땀에 젖은 옷이 얼어붙으면서 오한이 몰려왔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계곡물이 나왔다. 너비가 20피트(6미터) 정도.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인가가 나올 것이다."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계곡물가 한쪽은 깎아지른 듯한 암벽이었고 다른 쪽은 가파지른 언덕에 커다란 돌덩이가 놓여있었다. 김씨는 계곡물가 좁은 틈을 따라 또 5마일 정도를 내려갔다. 이끼가 낀 잔돌 표면은 매우 미끄러웠다. 발이 몇번 미끄러지면서 신발은 다 젖었다. 조그만 폭포가 나왔고 그 곳을 지나치기 위해선 수영으로 건너야만 했다.

땀에 물에 빠져 온몸은 물먹은 솜뭉치마냥 무거웠다. 젖은 바지를 하나 벗었다. 걷기도 힘들었고 게다가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라도 발걸음을 멈추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추위가 엄습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하지만 계곡물가 끝에 인가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물가 양옆에 치솟아 있는 거대한 절벽 앞에 무너졌다. 그 곳을 넘을 수는 없었다. 물가에 주저 앉았다. 정신이 몽롱했다. 그토록 괴롭혔던 추위도 느낄 수 없었다. 김씨는 그렇게 그 계곡물에 둥둥 뜬 채 눈을 감았다. 아내와 두딸이 구조된 지점에서 불과 1마일 떨어진 곳이었다.

(경찰당국과 구조된 아내 캐티의 증언을 토대로 제임스 김씨의 '위대한 행로'를 재구성했다. 시간과 장소 거리는 경찰발표 내용. 하지만 정확한 사망시간이 발표되지 않아 김씨가 며칠동안 숲속을 헤맸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저체온증

저체온증은 평소 36.5~37도(섭씨)였던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가면서 체온 조절과 체열 생산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이때 심장 폐 뇌 기타 생명에 중요 장기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해 빠르면 1시간내 사망할 수도 있다.

저체온증은 급격한 체온저하가 주 원인이다.

증세는 처음에는 오한이 발생한다. 체온유지를 위하여 몸을 떨게 된다. 하지만 체온이 32℃ 이하인 경우에는 오한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근육마비 증세가 나타나면서 운동장애가 일어난다.

이어 맥박이 느려지고 호흡이 감소하며 혈압이 저하되면서 의식장애를 일으킨다. 이를 방치하면 사망한다.

김석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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