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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김씨 '뜨거운 부성애' 싸늘한 주검으로

가족 구조요청하러 떠났다 혹한·협곡 '안타까운 사망'

"아이들한테 가야하는데 가야하는데."

한발을 더 옮기려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이미 감각은 없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될텐데. 저기 구조대가 있을텐데.

언 손을 부벼가며 칠흙같은 어둠과 눈속을 헤쳐 나간지 며칠이 됐는지 잊어버렸다.

결국 아버지는 외마디 말만 토한 채 눈속에 스러졌다. "여보 애들아… 보고 싶어."

얼굴에 와닿은 눈이 가족의 사랑처럼 포근했다. 눈물이 울컥 쏟아졌지만 이내 그 눈물조차 얼어붙었다.

가족을 살리려 험한 길을 떠난 '뜨거운 부정'은 해발 3000피트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혹한 속에서 그렇게 식어갔다.

목숨걸고 살리려 했던 아내와 두딸이 구조된 사실도 모른 채….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 셰리프국의 브라이언 앤더슨 부국장은 6일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이날 정오쯤 헬기 수색을 통해 제임스 김(35)씨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비보를 전했다.

김씨가 숨진채로 발견된 곳은 오리건주 남쪽 산간지역인 '빅 윈디 크릭'.

아내 캐티(30)씨와 피넬롭(4).사빈(7개월) 두딸이 지난 4일 구조된 지점에서 7마일 떨어진 곳이다.

그 혹한의 날씨에 험한 산길을 7마일이나 헤쳐나갔던 그는 실종 11일만이자 가족곁을 떠난지 나흘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틀만 더 기다렸더라면'하는 통한이 남은 피붙이들의 가슴을 쳤다.

김씨 가족들은 6일 오전까지도 혹시나 떨고 있을 그를 위해 헬기를 동원 구명장비 꾸러미를 18개나 계곡에 떨어뜨렸다.

하지만 '제발 살아만 있어달라'는 바람도 희망도 허사로 돌아갔다.

다만 거대한 숲속에는 가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버지의 사랑만이 메아리쳤다.

"내 아내와 딸을 위해 다시 그 상황에 처한다 해도 난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용기있는 자여 편히 잠드소서.

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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