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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왕이 그립다'

김완신 문화부장

얼마전 태국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육군 총사령관인 손티 분야 랏글린 중장이 탁신 치나왓 총리가 유엔총회에 참석한 사이 쿠데타를 주도해 성공했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무혈 쿠데타였다.

쿠데타가 국민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한 이유는 탁신 전 총리의 부패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 탁신 총리는 정당하지 못한 주식매각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일국의 총리 이전에 이미 태국에서 손꼽히는 부호의 대열에 올랐던 인물이다. 이런 것들이 국민적인 반감을 불러 일으켜 쿠데타를 가져왔고 결국 탁신 총리는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국을 떠도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가 성공한 이면에는 푸미폰 아둔아뎃 태국 국왕의 역할이 컸다. 푸미폰 국왕은 쿠데타가 발생한 다음날 신속하게 이를 추인해 반대여론을 잠재웠다. 국민들은 왕의 추인에 지지를 보냈다.

올해 78세의 푸미폰 국왕은 태국민의 절대적인 신망을 받고 있다. 재위 60년의 기간동안 정치적.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는데 앞장서 왔다. 국민들도 국가의 중대한 문제에 대한 국왕의 결단과 위기대처 능력에 지지를 보냈다.



입헌군주제를 실시하고 있는 태국에서 국왕의 의미는 다른 국가와 다르다. 중용의 도를 견지하면서 불교의 가치를 준수했고 60년이라는 재임기간 동안 '통치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신성한 힘'으로 국정의 방향을 이끌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무위도식하면서 왕실의 권위만을 고집하지 않았고 항상 세인의 이목이 받으면서도 스캔들 하나 만들지 않았다. 여기에 홍수방지와 수리시설 관리에는 전문가 수준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몇년전에 한국의 일부 식자층에서 한국도 입헌군주제를 실시해 왕실을 부활하자는 의견이 대두됐었다. 주장의 요지는 민주주의 제도로 국가를 운영하지만 왕실을 부활시켜 정신적 지주로 삼자는 것이었다.

한국에도 왕실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발표된 원작만화 '궁'이 지난해 드라마로 방영됐을 때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은 아마도 정신적 지도자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왕'의 현대적 의미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될 수가 있다. 그러나 광의로 생각하면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현대는 지도자 부재의 시대다. 크게는 국가에 지도자가 없고 작게는 커뮤니티에 지도자가 없다. 국가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지도자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고 커뮤니티가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도 참다운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비자는 지도자의 자세로 법(法).술(術).세(勢)를 들었다. 즉 통치를 위한 명문화된 바른 법(법) 국민들이 이를 따르도록 하는 기술(술) 법과 술을 집행하는데 필요한 권력(세) 등 3가지를 들었다.

한비자의 지도자론은 영토 전쟁이 계속됐던 전국시대의 이론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유효하다. 한비자의 이론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사심이 개입되지 않은 원칙을 정하고 이를 사람들이 지키도록 만드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강력한 지도력으로 실행에 옮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은 국민의 신망을 얻지 못해 지지도가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지도력의 부재로 크고 작은 단체들의 불화가 끊이지 않는다.

왕이 그립다. 군림과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리더십과 협력의 관계를 만드는 이 시대의 진정한 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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