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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의 창] 월드컵과 황우석

김인순 편집위원

정말 월드컵의 진수는 지금부터지만 우리들에게는 폭풍은 지나갔다. 세계 언론은 새벽4시에 광화문 광장에 모여든 남녀노소 15만 인파를 보고 "축구경기 하나가 어떻게 이처럼 온국민을 일치 단결시킬 수 있냐"며 부러워했다. 또 응원모습을 지켜본 참가국들은 "다음엔 우리도 통일된 응원복을 입겠다"고 할 정도로 우리의 열기는 단연 1위였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조국에 대한 자부심' 리서치에서 한국이 조사대상국 34개국 중에서 최하위권인 31위로 나타나자 "그러면 너희들이 응원때 보여준 것은 무엇이냐?"며 다시 한 번 우리를 의아해했다. 태극기로 온 몸을 치장하고 가장 많은 응원부대가 독일까지 가서 '오 대한민국'을 외친 것은 도대체 뭐였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볼 때 지리적으로 강국에 둘러 싸여 오랫동안 약소국으로서의 서러움을 받아 오다가 1980년대 후반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국민소득이 세계 상위권이 되면서 선진대열에 들었다. 그래서 뭔가 세계에 우리의 달라진 입지를 내세우고 자랑하고 싶었고 월드컵 축구가 이것의 촉매역할이 된 것이다.

외국 언론이 "왜 월드컵때만 축구팬이냐"고 지적했고 "지금부터 경기의 묘미가 볼만한데 왜 한인들은 보지 않냐"고 의아해하듯이 우리는 축구자체엔 큰 관심이 없다. 국내 프로축구에 관중이 저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다가 2002년 개최국이 됐고 기대치 않던 우리팀이 세계 축구 강국들을 누르고 4강을 하자 그때부터 월드컵 열기가 시작됐다. 우리들은 무의식중에 '이젠 강국임을 세계에 입증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데 그 도화선을 축구에서 찾은 것이다.

올해초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때도 우리가 4강을 했지만 관심이 축구만 못했던 이유는 참가국 수준이나 경기를 바라보는 열기가 월드컵처럼 '세계 최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림픽에서도 은이나 동이 아닌 오로지 금메달만 중시하듯이 최고라는데 큰 의미를 둔다.

그래서 '세계'란 타이틀만 붙으면 온 국민이 열광하는데 지난번 황우석사건이 이를 잘 말해준다. 황박사가 국내에서 연구성과를 발표할 때는 관심없다가 '세계최초 복제소'(99년)를 만들고 나서부터 대통령을 비롯한 온국민이 '이제 우리도 제대로된 노벨수상국가가 될 수 있구나'하는 기대로 열광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국민의 열망에 최준식교수가 저서 '한국인에게도 문화는 있는가'에서 지적했듯이 '독특한 여성적 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 여성적 문화란 일단 '우리'라는 감정코드가 형성되면 신속하고 강하게 군중심리가 형성 무서운 뭉치는 힘을 발휘한다. '국가' 색체가 짙은 월드컵은 이같은 여성적 정서를 자극 '우리나라'라는 감정코드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월드컵 열기는 사회학자가 지적하듯이 '우리도 이젠 선진대열에 설 자격을 갖췄음'을 세계속에서 확인받고 싶다는 강한 자부심의 또다른 표현이다. 따라서 과도기의 하나로 매우 긍정적 현상이다.

이같은 열기는 축구뿐아니라 가능한 모든 방면으로 계속 더욱 뜨겁게 전해져야 한다. 그러다보면 정말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으뜸으로 자랑할 만한 무엇인가가 나타나게 될 것이고 그때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저절로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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