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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전 교수의 전문가 뺨친 돈 관리

63개 차명계좌 … 돈세탁·환치기까지
황우석 전 교수 줄기세포 조작 최종 수사 발표

#사례 1. 황우석 전 교수는 2004년 9월 돼지농장주 김모씨에게서 김씨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받았다. 이어 2004년 11월~2005년 4월 실험용 돼지 494마리를 구입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꾸며 서울대 수의대에 제출했다.

서울대 측은 과학기술부의 복제돼지 연구 지원금 1억9200여만원을 김씨 계좌로 송금했다. 황 전 교수는 곧바로 이 돈을 현금으로 빼내 자신과 타인 명의의 통장들에 분산 입금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들 통장에서 2억원을 인출해 재미교포 강모씨에게 줬다.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에서 강씨에게 2억원을 직접 달러로 받았다.

#사례 2. 2001년 9월 1일. 황 전 교수는 신산업전략연구원에서 연구비 명목으로 받은 4억7550만원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인출했다. 곧바로 금융기관 4개 점포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수천만원씩 모두 1억2500만원을 자신이 관리하는 차명 계좌들에 분산 입금했다. 이듬해 1월 5개 농협 지점을 돌아다니며 수천만원씩 1억2200만원을 현금으로 뺐다. 손에는 현금을 넣을 수 있는 큰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는 검찰이 12일 황 전 교수가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연구비를 비밀리에 관리했다며 공개한 내용이다. 검찰 관계자는 "황 전 교수는 2001년 1월부터 약 4개월간 34회에 걸쳐 하루에도 수차례씩 금융기관 점포를 돌아다녔다"며 "이는 자금세탁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조사 결과 황 전 교수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통해 정부 지원금 1억9200여만원과 민간 지원금 26억4200만원 등 모두 28억3400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친인척.연구원 등 63개의 차명계좌가 동원됐다.

◆ 63개 차명계좌 동원=검찰에 따르면 황 전 교수는 자신 명의의 농협 계좌에 강의료, 회의수당, 연구 지원금뿐만 아니라 차명계좌에서 입금된 자금을 함께 섞어 이른바 '잡탕 통장'을 만든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필요할 때마다 이 통장에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했다.

예컨대 황 전 교수는 2001년 3월 이 통장에서 3000만원을 빼 이병천 서울대 교수에게 송금했다. 검찰 관계자는 "황 전 교수는 '미국에 업무차 가던 이 교수에게 연구비 명목으로 줬다'고 주장하지만 이 교수는 생활비에 썼다"며 "이 돈은 신산업전략연구원이 지원한 재료비 명목이었다"고 설명했다.

2001년 8월엔 1400여만원을 인출해 후원금을 낸 대기업 인사들에 대한 선물 구입비로 썼고, 2004년엔 부인 명의의 자동차 구입 대금으로 2700만원을 사용했다. 또 2001년부터 5년간 여야 정치인 수십 명에게 후원금으로 5490만원을 줬다. 지난해 12월 논문 조작 사건 이후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연구원들에게 2억9000여만원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또 2002년 2월~2005년 11월 연구원 53명의 통장.도장을 개인 비서에게 보관.관리토록 했으며, 이들 통장에 지급된 인건비 8억1662만원을 별도로 관리했다. 이는 연구비는 지급받는 사람의 계좌에 입금해야 한다는 서울대 연구비 관리 규정을 어긴 것이다.

◆ "줄기세포 우선권 주겠다"며 기업체 접근=황 전 교수는 줄기세포 연구 명목으로 기업체에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황 전 교수는 2005년 7월 SK에 "연구비 지원을 받고 싶으니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어 "줄기세포가 상용화되면 SK에 유리한 기회를 주겠다"며 3년간 매년 10억원씩 지원받기로 약정했다.

이후 SK가 한국과학재단에 출연한 10억원을 개인통장에 넣은 뒤 지난해 11월 김선종 전 연구원에게 병원비 명목으로 2만 달러를 주는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농협에서도 10억원을 지원받았다.

가축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등 축산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던 농협을 속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SK 등이 논문 조작 사실을 몰랐다면 연구비를 지원하지 않았을 텐데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모두 사실인 것처럼 행동했으므로 사기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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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영웅 … 사회 권위 큰 손상
황우석 사태가 남긴 것

'황우석 사태'가 12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매듭을 지었다. 지난해 11월 MBC PD수첩팀이 황우석 전 교수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불거진 지 반 년여 만이다. 그동안 폭로와 반전이 거듭된 진실게임이 이어졌고, 사회는 '황까'(황 전 교수 반대세력)와 '황빠'(지지세력)로 나뉘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황우석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을 짚어봤다.

◆ 우리 사회의 권위에 손상=지난해 딸(4)에게 황 전 교수 위인전을 사줬다는 김진수(39)씨는 "딸에게 황 전 교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황당하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권위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청와대.정부.학계.언론 등이 '황우석 스타 만들기'의 공범으로 가담했기 때문이다. 고려대 김문조(사회학) 교수는 "소위 힘있고 위세가 센 곳들이 황우석 사태로 공정성과 전문성을 의심받았다. 이후 서로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국민의 불신감이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 "'줄기세포 없다'에 허탈"=많은 시민은 환자맞춤형 체세포 줄기세포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사실에 허탈해했다. 또 황 전 교수가 논문을 조작해 거액의 연구비를 타냈다는 결과에 분노했다. 익명의 한 네티즌은 "너무나 서글프다. 국민이 그리도 소망했던 일이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황 전 교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로 국민을 속여왔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김문조 교수는 "황우석 사태로 우리 사회가 적당주의.성과주의.편법주의 등이 만연하다는 게 그대로 드러났다"며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이를 극복하는 대안을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황 전 교수 지지자 100여 명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은 분신자살과 서울대 노정혜 연구처장 집단폭행(2월), 학술토론회 방해(3월), 자살위협(4월) 등을 통해 지지의사를 밝혀왔다.

상지대 홍성태(사회학) 교수는 이런 행동을 팬덤 현상으로 진단했다. M 스트레스 클리닉 오동재(신경정신) 원장은 "팬덤은 믿고자 하는 대상을 무조건적 관용과 맹목적인 신뢰로 옹호한다. 대상의 과오가 드러나더라도 자신이 갈망하는 메시지에만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황 전 박사 지지자 중엔 희귀.난치병 환자와 가족.회사원.자영업자.주부 등 다양한 집단이 포함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서울대 조사위 결과를 부정하며, 황 전 교수의 연구 재개와 교수 복직, 줄기세포의 원천기술과 특허권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생명윤리 공론화 계기=황우석 사태에서 과학자의 연구성과물 검증은 과학자의 몫인데도 황 박사의 '학문 사기'가 언론과 검찰 등에 의해 밝혀진 것이다. 연구원이 불합리한 일이 있어도 연구책임자에게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군대식 문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일부 소장 과학자들이 황 박사 연구의 문제점을 인터넷에 제기한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또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사회 공론화의 계기가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강대 이덕환(화학과) 교수는 "연구지원 방법을 투명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로비나 끈끈한 인맥 대신 공정한 틀 안에서 경쟁하는 체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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