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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에세이]사기꾼 엘머 갠트리 (II)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엘머 캔트리가 침례교에서 쫓겨난 후 세일즈맨이 되어 미국 중서부를 전전할 때 그는 텐트를 치고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부흥회를 주도하고 질병 치유를 하던 섀런 팔코너란 여자가 설교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그녀에게 접근하는데 그녀도 그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녀는 엘머를 전도여행의 지배인으로 삼고 서로 애인 관계가 된다.
팔코너는 그가 마음속 깊이는 새로 태어난 신자가 아님을 안다.
그러나 엘머는 그녀에게 대중을 사로잡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는 다시 부흥회의 설교를 맡는다.
셔츠를 걷어 부치고 얼굴에 큰 웃음을 환하게 띄면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마음껏 쇼우맨쉽을 발휘한다.
그는 성경을 연단에 내려치면서 우람한 목소리로 설교한다.

"죄, 죄, 죄. 당신들은 모두 죄인입니다.
당신들은 지옥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당신들은 모두 하나님이 죄인들을 위해 마련한 유황불이 타오르는 고통 많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며 영원한 고문을 받을 지옥으로 매일 한 발짝씩 가는 중입니다.
그렇지 않으려면 회개하시오."
그의 정열적인 선교활동으로 인해 섀런 팔코너의 명성과 자산은 크게 증가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떠돌아다니지 않기 위해 자신의 성전을 짓는다.
그러나 새로 지은 성전은 누군가로 인한 방화로 불에 타고 그녀는 그 안에서 죽는다.
그 결과 그는 교회에서의 역할도 잃게 되었다.

섀런 팔코너 없이 부흥사역을 맡아 계속하겠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어렸을 때에는 어린이의 말을 하고 어린이의 생각을 하고 어린이의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어렸을 때의 것들을 버렸습니다.
사도 바울이 고린도에 보낸 서신 전서 13장 11절"이라고 유창하게 성경을 인용하며 그 제의를 거절한다.

엘머는 후에 감리교 목사가 된다.
그는 결혼을 잘해서 부인 덕으로 교회 안에서 승진을 거듭하여 중서부 대도시에서 목회 한다.
그는 세속적인 연예 프로그램과 비슷한 ‘살아있는 일요일 밤’이란 행사를 만들어 교회를 부흥시킨다.
그를 따르는 교인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엘머는 계속해서 죄에서 구원되는 설교, 특히 음주와 매춘의 악에 대해 강조한다.

"내게 발이 남아있는 한 나는 술병을 걷어 찰 것입니다.
주먹이 있는 한 나는 때려 박살낼 것입니다.
내게 이가 남아있는 한 씹어 부시겠습니다.
만일 내가 늙어 이가 없고 발도 없다면 나는 잇몸으로 물어뜯으면서 천국을 향할 것이며 술은 지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신학교에서 사귀면서 임신시켰던 룰루 베인스가 나타난다.
그녀는 퇴학을 당한 후 창녀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그를 유혹하여 성교를 한다.
마침 둘이 옷을 벗고 어울려 있을 때 그녀의 남편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는다.
그녀는 그에게 그 동안 쌓여왔던 원망을 복수하면서 동시에 그의 등을 쳐 먹으려는 계획이었다.

머리 좋은 변호사를 고용하여 법정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그는 교회에 돌아와 교인들의 용서도 얻는다.
그래서 도덕적 책임은 벗어났으나 그의 야망은 심하게 손상 받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달변의 위선자이며 거대한 자만심과 자부심을 지니며 세상의 욕망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양심이 없고 자기 성찰이 없어서 진정한 후회나 뉘우침을 모르는 [반사회적 성격장애]자일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성가대에서 노래하는 젊은 여인의 발목을 탐욕적인 눈으로 쳐다본다.
그의 다음 번 정복 대상이 무엇인지를 암시해준다.

이 소설은 1960년 버트 랭캐스터가 엘머 갠트리로, 진 시몬즈가 섀런 팔코너로 주연을 맡아 영화화되었다.

버트 랭캐스터는 이 영화로 인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이것이 그가 받은 유일한 오스카상이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거세게 불던 전도 열풍과 "본 어겐"을 강조하는 심령부흥회, 그리고 타락한 부흥목사들의 모습을 그렸다.
자연히 필자의 머리 속에는 지난 수십 년 간 양적으로는 급성장하면서 동시에 타락해 간 한국 교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나 미리부터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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