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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마당]하인즈 워드에게 한국은….

변준희(시네마 AZN 어소시에잇 프로듀서)

요즘 미주 교민들과 한국에서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하인즈 워드일 것이다.
피츠버그 스틸러즈가 수퍼볼을 차지하고 워드가 MVP를 수상하자 워드에게 명예시민권을 수여하자는 제안이 나오는가 하면 그동안 미식 축구에 관심이 없었던 한국내 각종 신문과 방송에서도 워드에 관한 기사들을 앞다투어 내보내고 있다.

필자 역시 한국계가 미국의 온국민이 열광하는 수퍼볼에서 최고 선수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게다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게 아니라 뛰어난 신체조건이 아님에도 고된 훈련과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성품때문에 지금의 스타가 됐다는 점, 자기를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가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워드 열풍에 환호를 보내면서도 마음 한켠에서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다.
사실 지난번 칼럼에서 워드가 한국계 NFL스타니까 무조건 스틸러즈를 응원할 거라고 말해 놓고 나서 왠지 좀 찔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할까, 암튼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과연 우리가 30년 동안 한국에 한번도 못가보고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워드를 거리낌 없이 한국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아 미국이민을 와야했던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대해 워드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무엇보다 이제 한국은 인종차별이 전혀 없는 나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가 감히 워드나 그의 어머니가 겪은 감정들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한국에서는 이번 워드의 활약을 계기로 몇몇 흑인 혼혈 가수들의 가슴 아픈 스토리들이 다시금 공개되고 있는 것 같다.
만일 워드가 여기 미국에서 축구를 하지 않고 한국에서 살았더라도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사실 우리 나라가 정말 인종차별이 전혀 없는 평등한 사회라면, 어쨌든 어머니가 한국인인 이상 반은 한국인인 워드에게 굳이 ‘명예시민권’을 주자는 제안이 나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워드는 우리가 이제 막 주목하기 시작해서 한국계임이 부각되고 있지만 엄연히 미국인이다.
사실 2년 동안 스틸러즈와 워드의 경기를 봐왔지만 그가 한국계라는 사실은 우연히 그의 바이오그라피를 다룬 다큐멘타리를 보고 나서 알았다.
아마 대다수 미국인들도 그가 한국계라는 사실은 잘 모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령 워드의 인기를 국내 언론에서 보도할 때 LA한인타운의 한국교포들의 반응만 취재하는 방식은 우리가 너무 워드를 한국인의 시각으로 보는 게 아닐까 싶다.
그의 홈팀인 피츠버그와 고향인 조지아에 살고 있는, 실제로 워드를 잘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를 평가하는지, 그의 성장배경은 어땠는지 좀 더 객관적이고 심도깊은 취재가 아쉽다.

올해 4월에 워드가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미국인이어도 자신의 정체성의 절반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을지 궁금하다.
과연 잃어버린 절반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30년만에 고국을 방문하게 되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건 정말 쉽사리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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