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기 기자의 Up Close] 하인즈 워드 신드롬을 보며...
'하인즈 워드 신드롬'이 불고 있다.본국에서는 3대 일간지가 종합 1면에 워드(29.피츠버그 스틸러스 와이드리시버)의 어머니인 김영희씨 인터뷰를 지면의 절반을 할애해 소개했고 방송사들은 8시 및 9시 뉴스에서 앞다퉈 워드의 최신 소식을 전했다.
워드가 한국을 방문하는 오는 4월에는 그 열기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기뻐하고 반가워해야 하는데 기자는 왠지 마음이 찜찜하다. '우리는 왜 진작 그렇게 하지 못했나'라는 질문이 나오기 때문. 워드는 수퍼 보울 MVP가 되기 전에도 프로 풋볼(NFL)에서는 최고 수준의 선수였다. 그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은 이미 한국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단 한 곳의 언론사도 워드나 그의 모친을 찾아가 인터뷰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워드는 한국인이 아니라는 정서가 팽배해 인터뷰 가치가 없기 때문에 취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순수' 한국인이었다면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워드가 MVP가 되자 언론들은 특종을 하기 위해 워드와 그의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 이에 대해 한국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들은 "그러한 반응이 오히려 우리의 기를 꺾어 놓는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그들은 같은 혼혈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자랑스러운 면도 있겠지만 최고가 되지 않으면 거들떠보지 않는 사회의 분위기가 혼혈인들에게는 더욱 부담이 된다고 한다.
워드는 이미 여러 차례 NFL 플레이오프에서 뛰었고 수퍼 보울 진출을 눈앞에 뒀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그 어떤 언론도 워드와 김영희씨를 단독 취재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여러 핑계가 있겠지만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혼혈인이기 때문이었다. 한국 언론은 한국 선수라면 마이너리거라도 미국 현지를 찾아 인터뷰를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변명할 거리가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사회와 미주 한인 사회에서 혼혈인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이번 워드의 MVP 수상과 한국 언론의 뜨거운 취재 열기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오히려 한국계 혼혈인들의 기를 죽이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너희는 최고가 되지 않으면 이런 대접을 못 받는다"는 메시지를 이미 그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드롬을 긍정적으로 활용해 한국(한인) 사회가 더욱 밝아지고 음지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는 그저 '신기루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최진실이 주연이었던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이라는 영화는 해외 입양아의 삶을 그린 것인데 이 영화가 상영된 1993년에 잠시 입양아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국은 입양아 수출국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워드 신드롬'이 미국에서 성공한 스타의 인기를 이용한 '반짝 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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