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단독 인터뷰-하인스 워드] '성공 비결은 훈련과 어머니'
시합 늦게 끝나도 숙제는 꼭 해야 직성
잠시의 짬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어머니(김영희씨)께 인사드리고 3년 전 결혼한 아내(시몬)와 아들(제이든)을 보려고 집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성공 비결을 묻자 "열심히 땀 흘리며 훈련하는 것 말고 다른 길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곤 바로 "또 다른 비결은 어머니(mama)"라고 덧붙였다.
"마마는 하루 세 가지 일을 하며 날 키우면서도 절대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며 "그런 모습이 오늘날 나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렸을 적엔 나의 절반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부끄러워했다"고 고백했다. "주로 흑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는데 친구들이 김치 냄새가 난다며 놀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머니가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게 창피해 친구들이 보이면 차 좌석에 눕곤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졌다.
"철이 들면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마음을 고쳐먹게 됐으며 그 뒤론 한국계라는 점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퍼보울 MVP가 된 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퍼보울 경기에서 우승한 뒤 다음날 플로리다주 올랜도로 내려왔다. 디즈니 광고를 찍기 위해서였다. 7일엔 소속팀 스틸러스의 본거지인 피츠버그(펜실베이니아주)로 올라가 축하 퍼레이드에 참가했다. 9일 오전엔 뉴욕에 있는 ABC방송의 유명 라이브 토크쇼 ‘레지스 앤드 켈리’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한편 워드의 주변 사람은 다들 그가 착실한 학생에다 효자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가 졸업한 애틀랜타 인근 포레스트파크 고교의 유일한 한인 교사로 수학을 가르쳤던 정삼숙(65·여)씨는 그를 성실한 학생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정씨에 따르면 워드는 운동에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학업 성적은 친구들에 비해 뒤지지 않았다. “학생 선수들은 대개 숙제를 빼먹거나 시험을 망치기 일쑤인데도 워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미 고교 운동선수로서는 드물게 고교 졸업 전 수학에서 삼각함수까지 진도를 마칠 수 있었다는 게 정씨의 회상이다.
그는 이어 “학교 운동선수들은 대개 같은 팀 동료와 어울려 다니며 과제 등을 제대로 해오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워드는 시합이 밤 12시에 끝나도 꼭 숙제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유명 선수가 된 뒤에도 잊지 않고 출신 고교와 은사들을 찾아와 인사하곤 했다. 이때 그는 후배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수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교실 밖에서 조용히 기다렸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정씨는 “워드가 졸업생이자 이미 유명 스타가 된 상황이어서 수업 도중에 들어와도 학생은 물론 교사로부터도 환영받을 게 분명했다”며 “그런데도 그는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몸가짐을 조심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 김영희씨의 5년 이웃이었던 김영교씨는 워드를 둘도 없는 효자로 기억했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어머니가 이사할 때 워드가 아내와 함께 휴지통 구입에서부터 전화기 교환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도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팀 훈련 때문에 연습이 늦게 끝나도 워드는 꼭 어머니를 찾아와 밤새 돕곤 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남정호 특파원.
박춘호 시카고지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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