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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칼럼- ”황우석 교수 사태와 실수담”

이기준<논설주간>

서울대 자체 조사위에 의해 황우석 교수의 2004~2005년 배아줄기 세포 논문은 결국 조작된 것으로 판명났다.

필자는 지난 해 MBC-TV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황 교수를 두둔하는 칼럼을 쓴 바 있다.
결국 이것은 성급한 처사였고 실수였던 셈이다.
미국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와 황 교수의 그동안의 연구실적을 너무 과신한 탓이다.

필자는 서울 중앙일보 본사에서 25년을 보냈다.



서울에서의 일선 기자 시절 이번 황 교수 사건과 비슷한 사례를 두 번 경험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고국에서의 첫 번째는 교수의 말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실수를 저질렀고 두 번째는 속지 않았다.
사설과 칼럼을 맡은 이후지만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사례 하나.
지난 1989년 미 유타 대학의 플라이슈만과 폰즈 교수가 상온(常溫)에서 핵융합(核融合)을 실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에 나섰다.
미 의회가 예산 지원을 서둘렀고 대통령까지 수시로 보고 받았을 정도였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인류의 오랜 꿈의 기술중 하나로 노벨상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핵융합은 두개 이상의 원자핵이 충돌, 융합하는 것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발생해 수소폭탄의 원리가 되고 있다.
다만 핵융합을 시킬 때 섭씨 1억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한 것이 큰 결점이다.
따라서 상온 즉 섭씨 25도 정도에서의 핵융합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전혀 걱정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사실의 진위도 채 밝혀지기 전 우리 고국 모 대학과 연구기관의 두 학자가 자신들도 이와 동등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의 발표라 모든 언론과 학계에서 난리가 났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써댄 것이다.
필자도 부화뇌동(附和雷同)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타 대학 플라이슈만과 폰즈 교수의 이 실험은 동료 교수들의 검증 결과 실제의 핵융합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타대는 곧 자체 조사위원회를 통해 사실을 확인, 두 교수를 제명처분하고 학계에 사과했다.

당시 우리 고국에서도 관계 학자들이 실험을 재연해본 결과 과장됐음을 확인해 커다란 해프닝으로 끝났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사례 둘.
지난 94년 K대학의 모 교수가 고온초전도(高溫超傳導)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초전도란 금속이나 합금·반도체 등이 일정한 온도에서 전기저항과 자기장(磁氣場)이 제로(0)가 돼 전기를 무제한 흐르게 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오늘 날 초전도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초전도 현상은 일반적으로 절대온도(섭씨 영하 273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질소를 이용해 액체질소 액화점인 섭씨 영하 196도보다 약간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를 개발하고 있는 수준이다.
따라서 만약 상온과 같은 고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실현하는 도체(導體)를 개발한다면 노벨상은 따놓은 당상이다.
노벨상 뿐만 아니라 특허를 내면 전 세계적인 갑부가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즉시 이 분야 전문가인 S대학 L교수를 모시고 취재에 나섰다.
L교수는 당시 K대 교수의 같은 과 출신 후배였다.
확인에 나선 L교수는 선배 교수 실험의 이상 징후를 밝혀냈다.
하마터면 전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될 뻔한 일이었던 것이다.
필자 역시 큰 오보(誤報)를 낼 뻔한 사례였다.

과학분야를 취재할 때 기자들의 가장 큰 애로점은 학자들의 실험 결과에 접근은 물론 즉시 검증해볼 수가 없다는 데 있다.
학자보다야 당연히 전문지식이 떨어지는 데다가 검증을 의뢰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을 일일이 검증한 후에 보도해야 한다면 사실 이 또한 큰 문제다.
<2006.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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