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인터뷰
맨해튼 이영희뮤지엄이 21일로 개관 1주년을 맞는다. 한인타운에 한국의 전통 복식문화와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이영희뮤지엄은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개인 소장품 1000여점을 모아 설립한 것.쇄도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방문객이 꾸준하게 찾아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데 한 몫을 담당했다. 또한 박물관으로서뿐만 아니라 무용 성악 문학토론회 등 공연을 열며 한인들의 사랑방으로서 기능을 해왔다.
박물관을 오픈한 후 서울과 뉴욕을 두달에 한번씩 찾아와 한복 특강을 열어온 이영희(사진)씨를 만났다.
-이영희뮤지엄의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안타깝다. 장소가 협소하다. 공간을 더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일단 방문한 분들은 한복의 아름다움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재정적으로 운영이 수월했나.
"뮤지엄과 사무실 렌트만 5천500달러이며 운영비가 한달에 1만5000달러씩 들어갔다. 이사분들 도움도 컸고 그 동안 한복을 열심히 팔아서 운영했다. 뉴욕에서 한복을 서울보다 50%씩 싸게 팔았다. 서울에서 이영희 한복은 비싸기로도 유명하지 않은가!(웃음) 이제는 원단값이라도 가져가고 싶다."
-박물관 계획은 어디서 나왔나.
"한복은 나의 혼이다. 1년에 몇번씩 절에 가고 우리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 그래서 한복과 장신구를 갖고 싶어 모으다보니 남들이 병적이라고 우려할 정도까지 됐다. 그래서 내 콜렉션을 박물관에 기증하게 됐다."
-아쉬움이 있다면.
"너무 외롭다. 이영희뮤지엄을 '이영희 선전용'이라고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다. 뮤지엄 이름을 두고 미국 홍보사와 오래 토론을 가졌다. 코리아 뮤지엄이라고 하기에는 협소하고 미래문화 박물관이라 하면 상품가치가 없다고 만류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영희뮤지엄이 된 것이다. 박물관은 내 것이 아니다. 사단법인이다."
-파리를 정복하고 뉴욕으로 진출했다는 이야기는.
"93년 파리콜렉션에 디자이너 이신우씨와 한인으로는 처음 진출했을 때 한국에서 말이 많았다. 이영희가 어떻게 프레타포르테에 민속복(한복)을 들고 가느냐는 비난이었다. 그런데 쇼 다음날 자고 나니깐 열광적인 반응이 왔다. '황색의 도전'이라며 한복의 아름다움에 프랑스 언론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한복 들고 파리콜렉션에 갈 생각을 했나.
"86년 한불 100주년 수교 기념으로 패션쇼를 했고 88 서울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한복을 들고 뛰었다. 서양인들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한복의 질감 선 색상을 세계화하기 위해 연구를 하며 개량한복을 만들었다. 한복은 이영희 것이 아니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것이다."
-파리의 부티크를 처분한 이유는.
"파리에서 일단 인정받으니 패션의 고장 뉴욕에도 한복을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은 틀리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파리에서는 옷이 예술로 취급되지만 뉴욕에서는 얼마나 대중적이고 얼마나 팔리느냐를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5애브뉴에 들어가려면 연간 마케팅 비용만 100억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구찌나 프라다는 연간 200만달러를 쓴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한복의 위치는.
"정계나 재계 등 사회전반이 외국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다. 재벌도 이세이 미야키같은 브랜드를 들여오니 부유층은 한결같이 주름있는 미야키를 입고 다니기도 했다. 내가 보기엔 개성이 없다."
-뉴욕에서 이영희 한복은 누가 입나.
"얼마 전 보그지에 다니는 한인 기자가 우리 한복을 입고 결혼식을 했다. 한인들의 결혼 예복이나 파티복으로 인기가 있다."
-이영희뮤지엄의 계획은.
"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을 위한 사랑방 구실을 하고 싶다. 또 2세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행사 콘서트 문인들의 시낭송회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이영희씨는 10월18일 맨해튼 스튜디오 로프트11에서 열릴 '한국의 맛과 멋'에서 패션쇼를 연다. 그리고 박물관 개관 1주년 기념으로 19일엔 UN대표부에서 한복 패션쇼를 가질 예정이다.
박숙희 기자 nysuki@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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