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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서량

편안한 겨울



서량(시인.뉴시티)



내가 당신과 함께

먼 곳을 다녀 오고자 함은

당신과 가까워 지고 싶은 욕심에서다



겨울 숲 나무들이

손가락을 오그리고 서 있는 강변을

태양이 데운다 이글거리는 열기로

눈 부셔라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네

너무나 기분이 좋지만 얼굴을 찌푸리네



당신과 나 둘이서 머리를 합쳐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런

아득하게 먼 곳을 금방 다녀와서

쓸어질 듯 서로들 어깨를 부비는 나무들을 봐라

혼자서는 견디지 못하는 겨울 살결을 만져 봐라



맑은 새소리인 듯

나뭇가지 헛헛하게 흔들리는 모습인 듯

나는 당신의 말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다

재잘대는 당신 목소리는

내가 짐짓 좋아하는 겨울노래일 뿐



잘게 부수어진

태양 쪼가리 수 억만개가

넓다란 강물 한군데에 몰려서 부글거린다

드디어 강물이 끓어 오른다 마침내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을 겨를도 없이

편안하게 내 쪽으로 얼굴을 돌리는

당신 등 뒤 저만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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