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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테러 희생자 영혼 달래야죠

'9·11 진혼제' 준비하는 차길진 법사

9·11테러 3년이 지났지만 ‘테러’는 미국 대내외정책은 물론 국제정치의 최우선 화두가 되고 있다. 원체 엄청난 충격을 현대 사회에 던졌고,그 여진이 오늘에도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연장선상에서 9·11테러 희생자 문제도 현안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보상 등의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 9·11테러 희생자 자체에 관한 대목은 유가족의 슬픔을 통해 이따금 비춰질 뿐이다. 사건의 가장 큰 희생들이 뒤안길에 방치된 것이다. 냉정한 현실 세계는 아직도 갈곳을 잃고 구천을 헤매는 억울한 넋에 천착하기 어려운지 모른다. 그같은 모순은 사건의 당사자라고 할 미국과 미국인들에서도 별로 예외가 아니다. 한국 불교 조계종 국제포교사인 차길진 법사(58)는 이런 상황에 주목한 듯하다. 그는 우선 위무돼야 할 대상으로서 9·11테러 희생자를 생각하고 있다. 테러 희생자 넋을 위로하는,천도를 겸한 대규모 진혼제는 그같은 고뇌의 결과로 보여진다. 9·11테러 3주년을 맞는 올해 9월 11일 그는 뉴욕시 동쪽의 유명 휴양지인 포코너 타미먼트 리조트에서 진혼제를 집전한다. 차법사는 지난 18년 동안 한국과 미국·일본 등지에 후암정사를 설립, 구명시식(불교의 진혼의식)을 통해 죽은 이의 넋을 불러 위로하고 산 자와 만나게 하는 등 영혼의 치료사로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혼제 준비를 위해 4월 초 뉴욕을 방문하는 차법사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진혼제 개최 배경과 영혼의 세계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편집자 >

-진혼제를 개최하게 된 배경은.
구명시식을 통해 테러로 희생된 분들의 영혼을 위로해 드리고 싶다. 9·11테러 희생자들 대부분은 민족·사상·이념·종교를 떠나 아무런 잘못 없이 고귀한 생명을 잃은 분들이다. 더구나 위기에 처한 다른 분들을 구하려는 경찰관과 소방관 수백명까지도 목숨을 잃었다. 테러의 비극성과 참상을 널리 알리고, 또 마음에 새기면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이 진혼제의 목적이다. 진혼제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우정이 더욱 돈독해 지고 양국민 간의 우정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또 이번 진혼제는 한국의 인간문화재 급 국악인과 유명 동포 국악인들이 함께 출연하는 문화 페스티벌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진혼제 행사는 한국의 정신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영혼이란 무엇인가.
영혼과 귀신은 엄연히 다르다. 귀신은 죽은 사람의 혼이고, 영혼은 산 자와 죽은 자를 통틀어 말하는 것이다. 영혼은 우주 삼라만상의 본질체이며, 인간 뿐만 아니라 무생물에도 영혼이 있다. 영혼 그 자체는 아름다운 것이다.

-‘영혼은 사랑이다’라고 했는데.
영혼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믿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영혼을 증명하는 것은 사랑을 증명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사랑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좋은 느낌을 받았을 때 사랑이 싹튼다. 영혼도 필링을 느껴야 입증할 수 있다. 영혼은 이성적인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초감각적인 느낌의 문제다.

-구명시식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처음엔 돌아가신 부친을 위한 초혼으로 시작했다. 11세 때 금강에 소풍갔다가 당시 공주경찰서장이었던 부친이 물로 걸어 들어가 자살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지만, 실종된 시신을 거두지 못해 모친께서 애를 태우셨다. 결국 내가 부친의 시신이 6.25당시 버려진 탱크의 잔해 밑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때부터 스스로 영적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빨치산 영혼들에게 붙잡혀 구천에서 방황하는 부친의 혼을 달래기 위해 천도제를 계속했는데 그러다 구명시식의 범위를 자연스럽게 일반인으로 확대했다. 영혼은 모두 아름답다. 새벽녘의 풀에는 모두 이슬이 맺혀있다. 모든 이슬은 진주와 같이 반짝거리고 사랑스럽다. 어떤 이슬 한 방울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이와 같이 내가 만난 수 많은 영혼들도 모두 가슴 시린 추억을 지니고 있다.

-구명시식을 집전하면서 느낀 애로점은.
애로점이라기 보다는 가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어 섭섭하다. 이들은 구명시식을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나오는 자판기처럼 생각한다. 구명시식은 오랫동안 정성을 모아 행해야 하는데, 무조건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조급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보이지 않더라도 세상을 떠나면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구명시식의 문화적인 측면은.
내게 있어 구명시식은 하늘에서 부여받은 특기다. 나는 우리의 전통 불교의식을 문화 형태로 발전시키고 싶다. 수년 전 한국서 무대에 올린 연극 `구명시식‘도 이런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다. 9·11테러 희생자 진혼제는 물론 앞으로 계획하는 모든 행사는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의 성격과 한국의 정신성을 드러내는 문화행사를 함께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문화 메신저 역할도 하는데.
불교의 진혼의식인 구병시식을 모든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무대로 옮긴 것도 결국 문화가 삶을 즐기고, 삶의 의미를 새기고, 동시대의 정신성을 후세에 남기는 가장 훌륭한 형식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미술과 역사에도 대단히 관심이 많다. 과연 우리가 선열들의 희생을 오늘날 어떻게 되새겨야할 지를 일깨우기 위해 윤봉길 의사의 처형장면 사진을 어렵게 구해 공개했다. 또한 일본 황실과 인연이 있어 영친왕의 결혼식과 생활 사진을 입수

해 경찰박물관에 기증했다. 또 최근에 입수한 피카소의 그림 `청색시대’는 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고, 한국영화의 최초의

작품인 나운규의 `아리랑‘ 원본 필름도 빠른 시일 내에 찾아내 공개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활동한 것으로 아는데.
9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팍에 후암정사를 설립하고 조계종 포교사로, 사업가로 상주하면서 활동했다.90년대 후반 한국에 들어가 대전 근처 유성에 법당을 마련하고 적지 않은 신도들과 함께 매달 법회도 갖고, 구명시식도 하고, 글도 쓰고, 사업도 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여러 곳에 후암정사를 운영하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무인속도

감지기, 방위산업 부품 등을 만드는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잘되고 있다. 앞으로도 3국을 오가면서 활동할 예정이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젊은이들은 인연(因緣)보다 디지털화된 전연(電緣)을 더욱 소중하게 여긴다. 인간과 영혼은 모두 아날로그다. 젊은이들에게는 시대에 뒤 처지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남과 북도 정신적, 영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남북통일이 되지는 않았지만, 영적으로는 남북이 통한 상태다. 비교적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이 그 예다. 통일문제에서 시급한 것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세대 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이다. 보수와 진보가 극명히 대치된 세대 간의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분열은 계속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등 한국 정정이 불안한 데 올해 한국의 운세는.
현재 정치판 혼란은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이다. 현실을 거울삼아, 우리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키운다면 영화로운 세상이 곧 올 것이다. 갑신년은 항상 변혁의 해였다. 1884년 갑신정변이 그랬고, 1944년은 대동아전쟁 말로 어지러웠다. 올해 역시 갑신년이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긍정적인 변혁이 이뤄져 대한민국의 국운은 장미 빛으로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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