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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LP를 들으며

 요즘들어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다름 아닌 LP를 모으는 취미다. 모서리가 헤어진 자켓안에 손을 넣으면 먼지가 푹푹 쌓인 검정음반을 발견한다. 음반 위의 먼지를 대충 털고 플레이어 위에 얹으면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틱틱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회전속
도가 맞지 않다는 듯이 피치가 불안한 경우도 있지만 그 듣는 재미는 솔솔하다.

 비록 요즘 들어서는 CD라는 강적을 만나 자취를 거의 감추고 고물상에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LP지만 깨끗한 음질의 CD와는 다른 맛이 있다. 마치 CD가 전자레인지에 구운 고구마라면 LP는 숯에 구운 고구마라고나 할까. 비록 전자레인지에 구운 것이 깨끗하고 위생적일지 모르겠지만 숯에 구운 것에 왠지 모를 끌림이 생긴다. 손가락에 온통 숯검댕이를 묻히며 먹는 맛이란. LP도 바로 그런 맛이 있다. 고무 시트 위에서 유유히 돌아가는 음반과 그 파여진 홈을 따라 흔들림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바늘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의 문제에서 잠시 벗어나 과거의 추억을 걷게 만든다.

 또한 틱틱거리는 잡음사이에서 본래의 악음(樂音)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 보다 음악의 세계에 전념하게 해준다. 만약 CD로 같은 음악을 듣게 된다면, 너무나 깨끗한 음질을 가지고 있어 역설적으로 음악에 전념하지 못하고 그저 배경음악으로 취급하게 되
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는 CD에서 재생되는 음악이, 될 수 있는대로 저장공간을 절약하고 보다 많은 시간을 기록하기 위하여,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 주파수의 범위내로 한정되어 있는데 이것이 CD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요소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실제의 연주시 악기의 배음현상 등으로 발생하는 초음파가 두뇌를 자극하여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LP는 여러해동안 많은 이들에게 감동적인 음악을 많이 선사해왔다. 특별히 세계대전 이후 침탈과 살육 등으로 상처받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위안의 도구가 된 것이다. 오늘날 같으면 정신과 진료가 수행되겠지만 당시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일
일히 그러한 진료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대신 진한 감동을 주는 영혼의 선율이 정신적 충격에 대한 좋은 치료제였을 것이다.

 여러장의 LP를 수집하면서 다시금 상기해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악이 만국 공통어라는 점이다. 영어가 많이 보편화되었다고 하는 오늘날까지도 학계 등에서는 영어를 쓰는 그룹과 불어를 쓰는 그룹 혹은 서반아어를 쓰는 그룹 등으로 분류가 된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생상의 교향곡을 듣기 위해 불어를 공부할 필요도 없고 비발디의 협주곡을 듣기 위해 이태리어를 배울 필요도 없다.

나아가 세계대전중에 적국으로 분류되었던 독일의 작곡가 멘델스존이나 바그너가 작곡한 곡들은 오래전부터 결혼식의 행진시 사용되고 있고, 냉전시대의 적국이었던 러시아의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도 이미 오래전부터 연말마다 연주되었다. 음악에는 진정 국경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닿게 된다.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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