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삶에 멘토가 있으십니까
김나영뉴욕가정상담소 카운셀러
“살면서 도움이 필요할 때, 내게 아무런 보답없이 도움을 주셨던 분이 있습니까 ”
“많은 갈등과 혼란을 겪을 때, 고민을 털어놓을 누군가가 있었습니까 ”
“청소년기에 친구나 부모님께 털어놓기 힘든 고민들은 누구에게 얘기 했습니까 ”
이 질문들은 자원봉사자들 훈련시에 내담자의 입장을 이해시키고자 던지는 질문이다.
필자도 눈을 감고 누군가를 떠올렸을 때 청소년기에 도움을 주셨던 몇몇 분이 떠오른다. 영어선생님, 전도사님, 그리고 언니… 그분들은 나에게 좋은 이야기를 아끼지 않았고 힘이 되어주었으며 지금의 나를 이끌어준 멘토(mentor)였다.
멘토의 어원은 수 천년전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오디세우스가(Odysseus) 트로이 원정을 떠나면서 그의 친구이자 조언자인 멘토(Mentor)에게 그의 아들을 맡겼다고 한다. 멘토는 오디세우스의 아들에게 보호자이자, 스승, 상담자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멘토는 ‘현명하고 믿을 수 있는 의논상대, 스승, 조언자’의 뜻을 갖게 되었다.
멘티(Mentee)란 멘토로부터 조언을 받는 상대로 일컬어지고, 멘토링(Mentoring)은 멘토와 멘티가 대화와 여러활동을 통해 맺는 인간관계의 형성을 의미한다. 즉, 멘토링에는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인간관계 기술을 증진시키고, 정체성 확립을 도우면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도모하는 기본적 개념이 깔려있다.
A는 이민온지 2년된 9학년생이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부모님이 주말에도 일하시느라 센트럴 파크에도 한번 가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우등생이었던 A는 학교에서는 아직 영어가 서툴러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해있는데, 부모님께서는 왜 더 잘하지 못하는냐고 다그치시거나 영어책만 읽으라고 강요하신다. A는 한국친구와 한국학교가 너무 그립고 현재의 학교에서는 잘 되지않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화만 난다. 누군가 센트럴 파크를 함께 걸으며 이 답답한 마음을 들어줄 수 있다면….
B는 미국에서 태어나 16년동안 미국인이라는 자긍심을 안고 자라왔다. 그러나 가끔씩 동양인이라고, 또는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말을 들으면 너무 짜증이 난다. 또 동양인인데도 수학을 왜 잘 못하느냐는 식의 질문을 들을 때면 화가난다. 곧 대학도 가야하는데 누구하나 어떤 식의 준비가 필요한지, 어떤 전공이 어떤일을 하게되며 대학생활은 어떤 것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 1세대인 부모가 학원에서 얻은 정보와 친구들에거서 얻어들은 것이 전부이다. 언니나 오빠가 있어서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해주고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지 알려줄수 있었더라면…. 학교나 진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누군가 알려줄 수 있었더라면… .
C는 이제 7학년에 올라가는 외아들이다. 어릴 적에 부모가 이혼 해서 엄마와 함께 살지만 무척 행복하게 자랐다. 하지만 아빠의 기억이라곤 하나도 없다. C와 함께 농구경기를 할, 또 신체변화에 대한 궁금증에 대답해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한다. 함께 뛰어놀고, 신체에 갑자기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알려줄 형이 있었으면….
이 청소년들에게 멘토란 삶에서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또 부모와의 관계를 잇는 매체일 수 있다.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주고 이해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지식과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역할모델이 되어준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멘토가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마약과 음주, 폭력사용의 확률이 적다고 한다. 또한 학교 출석률과 성적이 나아지고 친구와 부모관계 또한 더욱 원활해진다는 결과이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멘토와 멘티의 연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자원봉사자로 이루어지는 멘토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인터뷰와 범죄기록여부의 철저한 조사를 마쳐야하며, 멘토가 되기위한 특별한 교육 또한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아이를 위해, 또한 지역사회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열정과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놀랍게도 많은 1.5세와 2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점점 더 친언니나 형이 줄어들고, 확대적인 의미의 가족을 이루어가는 사회에서, 멘토링은 멘토와 멘티를 통해 부모와 자녀를, 가정과 지역사회를 잇는, 결국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어나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시한번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혹시 삶에 멘토가 있었거나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신 적은 있으십니까 ”
“혹시 자녀를 멘토에게 맡겨 보시겠습니까 혹은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주시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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