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고전음악 산책] 윤이상의 음악세계

 요즘에는 금강산으로 유람선이 왕래하고 북한의 선수단과 응원단이 남한에서 열리는 스포츠제전에 참가할 정도로 남북간의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것은 근자의 일이고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간에는 긴장과 대립이 끊임 없었다. 사회 전반에는 투철한 반공정신이 깔려있었고 수시로 보도되는 간첩단 사건은 국민들에게 수시로 반공정신의 재무장을 요구하였다.

 67년에 일어났던 동백림사건도 그 중 하나였다. 이 사건은 동베를린을 거점으로 한 대규모의 반정부 간첩단 사건이었다. 당시 유럽에 있던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연루되었는데 그중에는 작곡가 윤이상도 포함된다. 윤이상은 북한을 방문하였다는 사실 때문에 남한으로 송환되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르는 고초를 당한다. 그렇다면 그가 정말로 국가 전복의 어떠한 사명을 띠고 북한을 방문하였을까?

 실제로 그는 애족주의자였으며 고구려 무덤에 나타나있는 사신도의 오묘함을 직접 확인하고 이를 서양음악적으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예술심의 발로에서 방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행위는 현실적으로 반공법에 저촉되어 수사관들에게 매를 맞고 서대문 형무소의 차가운 마루바닥에 쓰러져 심장이 발작하는 고통까지 당해야 했다.

 하지만 세계의 음악계는 윤이상의 수모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적극적인 구명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석방을 위한 시위도 하고 음악회도 열었으며 한국정부에 공식적인 탄원서를 발송하기도 하였다. 결국 윤이상의 세계적인 저력에 놀란 한국정부는 그를 풀어주기에 이른다.



 풀려난 윤이상의 마음에 앙금이 쌓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보다 사회참여적 음악을 생각하게 되고 1981년 광주민주항쟁을 그린 ‘광주여 영원히’를 작곡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남한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었으며 그것이 북한체제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였다.

 어쩌면 그는 국가체제를 부정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한 국가체제가 다른 국가체제를 정복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 하나의 민족으로 융합하게 하려는 대승차원의 의도였으리라. 비록 정치적 압력을 피해 독일국적을 취득했으나 정신적으로는 영원한 한민족이었던 것이다.

 1917년 경남 산청의 가난한 선비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을 통영에서 보내며 지역의 특색 있는 무속음악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어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 음악학교를 다녔고 파리 국립음악원에서 공부하였다. 그러다가 1959년 독일의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유럽음악계에 주목을 받게 된다.

 한국음악의 연주기법을 서양악기를 빌어 표현한 것이 주효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그가 쓴 플룻 연습곡을 들어보면 마치 대금으로 연주되는 청성곡(淸聲曲)을 듣는 듯 하다. 서양음악의 형을 빌어 한국음악의 혼을 싣는 고차원의 음악인 것이다. 또 다른 그의 작품중에서는 인간으로 표현되는 첼로가 A음을 내려하고 있으나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고 G#음에서 바둥거린다. 이러한 표현은 언뜻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작곡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이들에게는 악음(樂音)이 되는 것이다.

 흔히 서양음악, 특히 조성음악의 경우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되고 혹 연주자의 모습에 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음악에는 생각과 철학이 담겨있다. 언뜻 듣기에 재미없어 보이는 윤이상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려면 유미주의적 관점이 아니고 사회참여적이고 동양철학의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그러한 형이상학적인 내용이 어떻게 음악이라는 형체로 육화되는지의 매커니즘을 이해할 때 비로소 왜 마애스트로라 불리는지 깨닳으며 무릎을 치게 된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