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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2백주년의 힘

성정숙 뉴욕중앙일보 문화사업국장

우연한 기회에 한인 이민 1백주년에 관한 수키 김의 글을 읽게 됐다.

연초에 출간된 소설 ‘통역사’(Interpreter)의 인기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젊은 작가의 글이기에 관심을 끌었다.‘이상한 1백주년’이란 제목의 이 글은 우리가 마음 뒷켠에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앞으로 끄집어 내지 않았던 문제들을 다루고 있어 설득력이 있었다.

‘한인이민 1백주년’의 뒤켠

많은 착잡한 생각들을 갖게 한 글의 내용은 지난 3월 코넬대학에서 열렸던‘KASCON’(Korean American Students Conference) 참관과 그가 이민 1백주년에 관해 느낀 점들을 함께 엮은 것이었다.



한인 이민 1백주년 이라고 하지만 1903년부터 시작된 사탕수수밭 노동자 이민은 사진 신부 이후 미국의 ‘동양인 이민 금지법’등으로 반세기 동안 사실상 끊어졌다는 것, 그 후 두번째 한인 이민 물결은 6·25 참전 미군들과 결혼한 부인들, 입양아들과 함께 다시 이 땅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실질적인 이민은 1965년 이민법 개정 이후에야 가능했다는 것, 이민사회에서의 성공이란 미 주류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인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1백주년의 경험을 축하하는 캐스콘 리셉션에서 그는 우리가 얼마나 주변적인 존재인가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등이었다.

미국을 위해서 무얼했나

1965년 이전에는 하와이로 들어온 한인이 총 7천명 남짓한데 그 중 고작 1천명 정도가 본토로 건너와 살았기 때문에 우리의 본격적인 이민사는 그 이후 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우리 이민은 개척 정신으로 출발한 용감성도, 미국사회를 위한 영웅적 희생도 없이 남의 힘에 이끌려 어쩌다 보니 1백년이 된 것인데 뭐 그리 대단하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국역사가 이제 겨우 2백 수십년인데 1백년이나 이 땅에 살았으면 뭔가 좀 해 놓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나 라고 말해도 대답할 말이 없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 1백주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그래, 지난 1백년은 수모받는 피해자로서 살 수 밖에 없었다. 돌아갈 나라가 없어서 미국에 살게 됐고, 미국의 인종차별적 이민정책으로 한동안 문을 두드려 보지도 못할 지경이었고, 동족상쟁의 와중에서 미국으로 흘러 들어와야 했던, 말하자면 철저하게 남의 의지에 따라 운명지워졌던 우리 이민의 첫 챕터.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외쳐야 할 시점이 아닌가. 그 동안은 하나의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하자. 새로운 장을 열려고 하는 우리에게는 우리 이민의 시작이 1903년이든 1965년이든, 1백년주년이든 38년 주년이든 상관없다.

우리에게는 지나간 날의 영광을 기리는 축제가 아니라 앞으로에 대한 설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노예로 팔려 온 아프리칸, 감자 기근으로 이 땅에 건너 온 아이리시의 초기 이민사를 읽으며 그들이 이 땅에서 쌓아온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새 1백년’창조해 나가자

우리가 이제 선조들의 하와이 농장 이민 1백주년을 계기로 힘있는 한인사회 건설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는 것이 어떤 잔치보다 급선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우리끼리만을 위한 내용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나라에서 받으려고만 애쓸게 아니라 무언가를 이 나라에 주는 것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자.

우리가 써 나가야 할 이민사의 새로운 장은 미국의 많은 소수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주류사회의 역사에 당당하게 기여하는 한국계 미국인의 삶의 기록이어야 한다고 외치고 싶다.

그것이 결국 우리가 떠나 온 조국을 빛나게 하는 길이 아닌가. 이제 1백주년의 해를 절반을 넘기면서, 미국이란 큰 나라의 한쪽 코너에서 누구도 별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끼리의 축제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한다.

미국사회가, 주류언론에서 주목하는 그런 2백주년의 꿈을 잉태하자. 1백년 후 우리 후손들이 자랑스러워 할 힘있는 2백주년은 우리가 미국 사회에 기여하는 존재가 될 때 가능할 것이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자리에서 힘있는 코리안 아메리칸 2백주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자.

〈nysjsk@joongangu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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