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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생각한다]"고맙다는데 '천만에요'라니요?"

미주에서 우리 한인 사회는 어느새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되고, 그 결과 이제는 타민족들도 웬만한 사람은 간단한 한국어 인사말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보면 서툰 발음이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또 한인 가게에서 물건을 산 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나가는 경우도 많은데 그 때 흔히 우리는 “천만에요”라고 대답해 준다.

그런데, 이 ‘천만에요’라는 표현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 ‘천만에요’를 ‘감사합니다’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과연 영어를 배우기 전에도 ‘감사합니다’에 대해 ‘천만에요’라고 대답했는지 묻고 싶다.



요즘은 국제화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영어를 못하는 사람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나이든 분들 중에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분들이 많다고 보는데, 그 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을 때 “천만에요”라고 대답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다시 말해 ‘감사합니다’에 대한 대답으로서 ‘천만에요’는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서만 쓰여지는 특이하고 부자연스러운 한국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유어 웰컴’(You’re welcome)에 해당하는 자연스러운 한국어는 없는가.

물론 있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는 ‘감사합니다’에 대한 정중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대답인 것이다.

이런 표현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면, 감탄사를 넣고, 뒷말을 흐려서 ‘아유 뭐 별 말씀을요’ 또는 감탄사만으로 ‘아유 뭘요’라고 말하면 된다.

‘별 말씀 다 하십니다’의 ‘별 말씀’과 ‘천만에요’의 ‘천만의 말씀’은 그 의미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 ‘별 말씀’이라는 표현은 ‘특별한 말씀’이라는 뜻으로, 특별히 감사하다는 말씀 안 해도 좋다는 의미의 표현이다.

반면 ‘천만의 말씀’은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의 준말로서, ‘말 같지 않은 소리’를 조금 더 공손하게 표현한 것이지만, 아주 조심스럽게 말하지 않으면, 다소 공격적이고 무례한 표현이 된다.

따라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천만에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말 같지 않은 소리 하지 마십시오’라고 대답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된다.

간혹, 상대편이 전혀 고마워할 일이 없는데도 고맙다고 하는 경우, 또는 더 나가서 도리어 내가 고맙다고 해야할 텐데 상대편이 고맙다고 하는 경우에는, ‘천만의 말씀’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지만, 이런 경우에도 그냥 ‘천만에요’라고 말하면 다소 공격적이고 무례한 표현이 되기 때문에, 정중하게 ‘별 천만의 말씀 다 하십니다’ 또는‘(고맙다니)천만의 말씀이세요’라고 말해야 옳다.

이 ‘천만에요’하는 말은 영국식 영어 (‘Thank you’의 ‘Not at all’을 직역한데서) 에서 나온 영어식 한국어인 것 같다.

간혹 2세들이 ‘양말을 입는다’와 같이 영어식의 우스꽝스러운 한국말을 하여 1세나 1.5세를 웃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감사합니다’에 대한 대답으로 ‘천만에요’라고 말하는 것도 그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우스꽝스러운 표현이 수십년간 한국의 영어 교육 현장에서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You’re welcome’의 올바른 번역인 양 가르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의문 나는 점이 있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저 가르치는 대로 배우는 한국의 교육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우스꽝스러운 ‘천만에요’라는 표현이, 단순히 잘못된 번역에 그치지 않고, 해외동포 사회의 성장과 국제화의 바람을 타고, 해외 동포 2세들과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들에게 올바른 한국어인 양 가르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본 분은 많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이 기회에 한 번 깊이 생각해 보고, 각 교회 및 방과후 주말 한글학교의 선생님, 또 한국의 영어 선생님들께 이 오류를 지적해 주었으면 한다.



한진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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