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알래스카를 장악한 동장군의 위세
알래스카 중부의 도시 페어뱅크스는 대구처럼 분지 지형으로 동장군이 군림하면 공기가 안정 상태로 유지돼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추운 상태에서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의 굴뚝 연기와 가정에서 나오는 연기가 지면에 모여 ‘아이스 안개(ice fog)’를 만든다. 이때, 안개 속에는 이산화탄소, 블랙카본(black carbon) 및 질소화합물 등의 농도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는 대기의 안정도와 관계가 있어 섭씨 영하 30도 이하의 날씨가 일주일 이상 계속될 때 발생한다.
굴뚝에서 나온 연기는 열기로 어느 정도 높이까지는 올라가지만, 그 이상은 뚫지 못하고 직각으로 꺾여 흘러간다. 이러한 현상은 대기 안정도와 밀접하다.
알래스카는 지난 1월21일부터 2월3일까지 영하 40도의 동장군이 거의 2주간 이어졌다. 이 영하 40도를 기념하는 행사 아닌 행사들도 있었다. 우선, 대학 캠퍼스에 있는 온도 안내판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차와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또 재미있는 것은 영하 40도에서 윗옷을 벗은 대학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어느 해에는 경찰들도 사진을 찍었다.
세상에서 이런 곳은 드물다. 그렇지만,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는 어느 곳에서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온난화는 최저 및 최고 기온의 범위가 훨씬 넓다. 한국과 미국 동부 지역이 추우면 알래스카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기온 분포를 보인다. 스페인과 일본의 1월 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가는 일이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주전자에 담긴 끓은 물을 공중으로 뿌리면 바로 얼음으로 변해 안개처럼 보이게 하는 것도 이 행사의 하나다. 공기 중 수증기가 찬 공기를 만나 얼음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찬 공기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호숫물을 만나면 안개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또 다른 하나는 바나나를 얼리는 것이다. 이 온도에서 바나나가 얼면 색깔은 노란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고, 망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컵라면을 만들어 면을 젓가락으로 들어 하룻밤 밖에 두면 젓가락이 면과 함께 공중부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저 기온이 영하 30도 이하가 되면 신비한 자연현상들도 생긴다. 그중 하나가 다이아몬드 더스트 (빙무)다. 공기 중 수분이 판 모양의 얼음으로 햇빛을 반사하는 구조로, 공기 중에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원광 (halo; sundog)’이라는 것도 있다. 태양을 중심으로 3시, 6시, 9시와 12시 방향으로 무지개 색깔을 띠는 것을 말한다. 태양의 바깥쪽에 원형의 띠 형태를 띠는 것도 있다.
태양의 흑점 운동과 관련된 극광(오로라) 또한 겨울철의 볼거리다. 극지방을 중심으로 지구의 축이 기운 탓에 타원형으로 극광의 분포가 남극과 북극에 형성된다. 특히, 태양의 극대기는 오로라를 촬영하는 마니아에게는 최고의 기회다. 올해와 내년이 그렇다고 하니, 오로라 마니아에게는 절호의 기회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자연현상과 달리, 일상생활은 그 반대다. 주차한 차는 엔진, 배터리 등에 부착한 히터 패드를 이용해 데워야 하고, 타이어는 지면과 닿는 부분이 평평해진다. 시동을 건 후 20마일 이하의 속도로 10분 정도 달리지 않으면,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가 난다.
기온 상승에 따른 온난화로 인한 태양 흑점의 극대기는 지구 기후에 어떤 영향을 줄지 미지수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지구 온난화를 늦출 수 있는 일들을 실행하는 것이다. 절수, 절전과 재활용 등이 그것이다. 이는 미래를 위해서, 후세를 위해서 필수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한국에 겨울철 ‘삼한사온’ 주기가 사라진 것도 기후변화의 영향일 것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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